상류사회 박형식 / 사진 출처: SBS '상류사회' 공식 홈페이지


박형식이 ‘연기돌’ 성벽을 무너트렸다.

지난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로 데뷔한 박형식은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에서 박선우(이진욱 분)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며 연기돌로 주목받았다. 초호화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은 ‘상속자들’(2013)에선 발랄한 성격의 법무법인 승리 상속자 조명수 역을 맡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구체적인 성과는 지난 2월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2015)에서 차 씨 집안의 막내아들 차달봉 역을 맡으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돌에게 기대하는 바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연기에 날개를 달아줄 뜻밖의 호연이다. 박형식은 아버지 차순봉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아버지의 두부가게를 물려받으려 하는 아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리며 호평받았다.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에 박형식이 선택한 작품은 28일 종영하는 청춘멜로드라마 ‘상류사회’다. 촌철살인의 대사가 매력적인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2012), ‘따뜻한 말 한마디’(2013)를 집필한 하명희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과 황금시간대인 월, 화요일 밤 10시 전파를 탄다는 점에서 SBS ‘상류사회’의 캐스팅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상류사회’로 주연 배우에 도전하는 박형식에 대한 시청자의 ‘의심의 눈초리’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는 말처럼 박형식은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기돌’의 단골 혹평은 ‘개그콘서트’에서 만나볼 법한 ‘감정 제로 연기’, 한글 자막이 필요해 보이는 ‘대사 전달력(발음)’, 완벽한 캐릭터 분석이 안 된 상태에서 나오는 뭐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총체적 발연기’ 등을 들 수 있다.

박형식은 짧은 연기 경력에 마주한 주연급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몰입을 높이는 감정 연기와 네 명의 주연 배우 중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로 시청자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다소 부정확한 발음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극의 흐름을 깨트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출발선에 선 박형식의 연기돌 행보에 힘을 더한 건 ‘여성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준 캐릭터 덕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한 사랑을 위해 풍족한 현실을 과감히 내던지는 ‘백마 탄 왕자님’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그가 맡은 유민그룹 막내아들 유창수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여느 재벌과의 차별점이 분명 존재한다. 늘 그래 왔듯 돈과 명예 앞에 친구도 사랑도 자신의 발 안에 가두는 일차원적인 캐릭터와는 또 다르게, ‘의리’를 지키려 하고 친구, 가족, 연인에게 진심을 다해 충실하려 한다. 특히 연인 지이와 함께 있는 창수의 모습은 ‘매력의 정점’을 찍는다.


‘모태 낙하산’ 재벌 2세로 등장한 유창수는 언뜻 보이는 ‘허당기’로 인간미까지 어필하는 ‘완벽남’으로 시작한다. 창수는 형 민수(정성윤 분)가 지이에게 모욕감을 준 사실을 뒤늦게 알고 힘들었을 지이를 위해 모든 것을 맞춰준다. 함께 놀이공원에 가 캐릭터 머리띠를 나눠 하고 ‘또래들의 데이트’를 즐긴다. 오로지 지이 만을 위한 창수의 배려였다.

11회에서 창수는 지이를 찾아와 함께 점심으로 길거리 떡볶이를 먹는다. 지이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소소한 일들을 창수는 지이와 함께 해나간다. 물론, 창수 특유의 “내가 왜 인턴 따위를 만나가지고”와 같은 툴툴거림은 있지만 눈빛과 행동은 늘 따스함을 동반한다.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지금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의 용기는 없었던 창수는 결국 지이(임지연 분)와의 사랑을 포기한다. 하지만, 자꾸만 이끌리는 사랑은 감출수록 더 커져만 갔고 창수 모친(정경순 분)의 계속되는 이별 협박은 두 사람의 마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박형식은 ‘사랑’ 앞에 변해가는 한 남자의 심리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표현해냈다.

첫 번째 이별에서 창수와 지이는 “비 오는 날 헤어지는 날 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는 명대사와 두고두고 회자될 싱그럽고 애틋한 명장면을 완성해냈다. 후반부로 치닫던 15회에서 창수는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지이에게 “너 나 없이 살 수 있어? 내가 너랑 함께하려고 어떤 결심을 했는지 알아? 어떤 계획 세워놨는지 알아?"라며 절실함을 드러냈다. 함께할 수 없다는 지이의 확답에도 창수는 “다시 헤어지지 않을”거라며 더욱 굳건한 마음을 내보였다.

28일(오늘) 밤 10시 ‘상류사회’ 마지막 회가 전파를 탄다. 한 회에서 풀 수 있는 건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은 지이와 창수의 러브라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맺느냐, 아니면 서로를 존중해 아름다운 이별을 맺느냐다. 물론, 수많은 장벽을 함께 뛰어넘으며 서로의 미래를 꿈꿔나가는 ‘열린 결말’도 배제할 순 없다.

결말만큼 주목을 끄는 건 ‘상류사회’를 통한 연기자 박형식의 성장이다.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인 박형식의 기대 이상의 연기는 유창수-이지이 커플의 지지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연기자’ 박형식에 대한 신뢰도 높였다. 선입견 속에 ‘연기돌’로의 행보를 이어온 박형식은 이제 좀 더 따스해진 시청자와 마주 앉게 됐다. 그가 지금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한 ‘연기자’ 박형식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더욱 관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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