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녀,칼의기억' 전도연-이병헌-김고은 리뷰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 칼이 등장한다. 풍천(배수빈)은 뜻을 세우는 검, 설랑(전도연)은 불의에 맞서는 검, 덕기(이병헌)은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검을 각각 지녔다. 하지만 검의 의미는 바래고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운명을 맞는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배경은 고려 무인시대다. 첫 화면에서 나오듯 차, 민란 그리고 칼이 지배하던 시대다. 세상을 바꾸고자했던 풍진삼협(풍천,설랑,덕기)은 덕기의 배신으로 풍천을 죽고, 월소는 풍천의 아이 '홍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18년이 지난 뒤, 덕기는 유백으로 이름을 바꾸고 고려의 최고 권력자가 되고 설랑 역시 '월소'라는 이름을 쓴다.

월소는 유백에게 말했다. "피로 지은 죄, 피로 씻을 것이다. 잊지마라. 우리는 홍이 손에 죽는다"라고. 그리고 18년간 키워온 홍이에게도 그 말을 새긴다. 그가 해야할 일을. 자신이 물을 준 해바라기의 키를 뛰어넘을 수 있게된 날, 홍이는 유백의 무술대회에 나가 그와 마주치게 된다. 돌아온 홍이에게 월소는 숨겨둔 고백을 한다. "내가 네 아비와 어미를 죽인 원수다. 다음에 만날 때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한다."

영화 제목처럼 <협녀, 칼의 기억>에는 칼의 부딪힘이 중요하다. 박흥식 감독은 "세 검의 소리가 다르다. 풍천, 설랑, 덕기의 검이 주인과 연상되는 소리가 차별성 있게 들어갔다. 검에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검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사운드도 그렇고, 검의 모양도 그렇고 주인과 매칭시키려고 많이 노력했다"라고 디테일한 설명을 덧붙였다.

수려한 영상미는 와이어 액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해바라기가 가득 핀 밭, 대나무 숲, 갈대밭 등은 와이어 액션의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준다.

'협녀' 김고은-전도연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앞서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김고은은 "촬영 중, 와이어를 타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고은은 땅에 발을 붙이지 않는 액션을 선보인다. 또한 복수를 위해 풍천의 검을 쥐고 유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에서 김고은은 약 십 여명을 '컷'(화면 전환)없이 롱테이크로 소화해내기도.

하지만 액션보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표정이다. 전도연은 '월소' 역을 맡아 모성애와 연민, 애증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특히 눈을 잃은 후, 눈 깜빡임 없이 액션을 소화하는 전도연은 '눈물'보다 진한 감정을 칼에 담아낸다.

이병헌 역시 뛰어나다. '유백'은 '덕기'였던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이 야망에 눈 떴을 때를 회상한다. "탐내거라. 가져라.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라"라는 목소리 뒤에 결국은 그가 가장 원했던 한 가지를 잃은 남자의 공허함까지 채워낸다. 월소의 말대로 자신에게 원수를 갚으러 온 홍이를 맞는 유백의 모습은 영화의 압권.

박흥식 감독은 "'영웅문'이라는 무협소설을 집필한 김용 작가가 인용한 시구절이 있다. '도대체 사랑이라는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생과 사를 함께 하게 하는가'라는 구절이다. 무협의 속성 자체가 액션과 사랑이 구분지어지는 것이 아니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협녀, 칼의 기억>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액션과 사랑을 함께 가지고 간다는 점이다"라며 <협녀, 칼의 기억>만의 매력을 전했다.

한편, 칼 만큼 진하게 베어나는 전도연, 이병헌, 김고은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담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오는 8월 13일 개봉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21분.

영화 '협녀,칼의기억' 포스터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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