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화 '1987'의 배우 김태리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제가 태어나기 3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촬영 전 감독님과 연희에 대한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실제 제 성격과 매우 비슷했다. 연희는 그 당시(1987) 살던 사람들을 대변하는,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이다. 아직은 연기 초보자라, 작품 전체를 완벽히 이해하는 건 어려움이 따랐지만, 편한 생각으로 접근했다.”(배우 김태리)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리. 그는 12월 27일 개봉예정인 영화 <1987>(장준환 감독)에서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작품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라운드인터뷰에서 김태리는 “’1987’에 대한 작품을 이야기하자니 부담스럽다, 매사 조심스럽다”라며 “평소 제 기억력이 굉장히 안 좋다. 그래서, 작품에 임할 때마다 노트를 만들어 일기장과 병행하며 적는다. 잠이 들기 전 그것들을 꺼내어 심지어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촬영장에서 삼촌 역할을 했던 유해진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평소 아재 개그를 즐겼던 선배님의 농담에 잘 못 알아들어 난처할 때가 많았다.(웃음)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두뇌 회전이 빨라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던 빨리 캐치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카메라가 돌면, 해진 선배님은 굉장히 진지해졌다. 시나리오상 캐릭터는 매우 가벼웠지만, 막상 촬영장에선 그의 캐릭터가 굉장히 깊이 있어졌다”고 감탄했다.

김태리는 극 중 대학 입학 기념으로 삼촌(유해진)에게 당시 유행했던 휴대용 카세트를 선물로 받는다. “현장에서는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김승진의 ‘스잔파’와 박혜성의 ‘경아파’로 나뉠 정도로 선배님들이 앞다퉈 좋았던 추억을 되살렸다. 제 고등학교 시절엔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는 없었는데, 친구들이 ‘H.O.T’와 ‘동방신기’를 좋아하면 저도 따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한열 열사 역의 강동원과도 호흡을 맞춘다. “이 작품에서 연인 호흡을 맞춘 건 아니다. 선배를 바라보는 연희의 설레는 눈빛 교환마저 없다”며 “(강동원) 선배님의 출연으로 무겁게만 느껴졌던 이 작품에 숨 쉴 구멍이 생긴 거다.(웃음) 시나리오 전체가 주는 힘에 이끌려 선배님도 자진해서 출연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의미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김태리는 <1987>에 출연 의미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으며,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표현하고 싶은 욕망은 큰데, 항상 못 미치는 거 같다. 그런 면들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맡은 캐릭터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부족하다. 찾아가는 과정이 늘 길다”고 덧붙였다.

<1987>을 본 관객에게 김태리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단다. “어두었던 시대가 있었지만, 한줄기 밝은 빛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비단, 그 시대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유머도 있고..영화적으로 잘 풀어낸 이야기를 담는다”라고.

마지막으로, 김태리는 “이미 예고편에도 나왔듯,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란 실제 대사가 정말 블랙코미디와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가슴 한 켠에 울림으로 전해지고, 너무 드라마틱하고 만화 같은 ‘1987’로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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