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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박해진 "20대에 못 썼던 패기를 좀 써보려고요"
부드러운 매력의 ‘워너비 남친’이었던 배우 박해진이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기점으로 시청자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심었다. 공공재로 남아줬으면 하는 배우로 거론될 정도로 박해진에게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훈훈한 매력’의 비중이 유달리 더 높았다. 고요한 물가에 파장이 일기 시작한 건 ‘나쁜 녀석들’의 천재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이정문을 연기하고 나서부터다.
‘내 딸 서영이’부터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현재 출연 중인 tvN ‘치즈 인더 트랩’까지 박해진은 연달아 다섯 작품을 성공시켰다. 캐스팅 단계부터 “기대된다”는 반응을 이끌어냈고, 방영 후에는 “역시 기대 이상이다”라는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박해진은 “겁이 많아서 확 도전하진 않는다”고 했다.
“내가 해낼 수 있을 만한 작품 위주로 선택하다 보니 무리를 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기하기에 힘들 것 같은 작품은 거절하는 편이에요. 제가 만약 인호 역(서강준 분)을 맡았으면 또 다른 느낌의 인호가 나올 수 있겠지만 지금의 인호보다 잘했을 거란 자신은 없어요. 그전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 만한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 틀을 조금씩 깨나가는 단계에요.”
박해진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배우는 작품을 할 때 책임을 져야 해요. 요즘은 시청자의 눈이 높아져서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감독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지만 그래도 첫 번째는 배우의 연기잖아요. 배우가 총대를 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총대를 멜 수 있는 가능한 범위 안의 작품이어야 하는데 주인공이라서 덥석 했다가는 그냥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거죠.”
인기 웹툰이 원작이기 때문에 따라오는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형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 있을 순 있지만, 케이블 채널에 밤 11시에 편성된 점은 취약점이 될 법하다. 게다가 원작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면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압박감도 존재한다. “잘해야 본전이고 잘해도 본전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치즈인더트랩’도 쉽지 않은 캐릭터예요.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작품이 ‘나쁜 녀석들’인데 ‘나쁜 녀석들’은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치즈인더트랩’은 마지막 대본을 받고도 고사했지만 결국에 제가 하게 된 작품이고요. 그만큼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웹툰을 다시 보고 나서야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틀을 깨나가는’ 과정에서 ‘치즈인더트랩’을 선택한 그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어떤 작품을 했을 때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느낌, 캐릭터의 빛이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해요. ‘치즈인더트랩’을 해서 얻을 게 무엇인가를 고민했을 때 잃는 게 더 많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아요.”
플랫폼과 작품의 장르를 떠나 연이은 흥행을 이끌기란 쉽지 않다. 박해진은 “작품은 제가 선택한 건 아니다”라며 겸연쩍은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나름의 도전이 있었겠지만 제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도전이었어요. 깨부수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작품 행보에서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에요. 한없이 작아지는 나이가 돼가고 있어요.(웃음)”
도전도, 성장도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연하남’으로 시작해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박해진에게 20대의 박해진은 어떤 배우였고, 지금의 박해진은 어떤 배우인 것 같은지 물었다.
“20대의 박해진은 많은 걸 보여주지 못했어요. 정석 코스로 주말드라마로 데뷔해 일일드라마를 하고 미니시리즈의 서브남을 맡았죠. 계속해서 갔지만 실험적인 역할을 맡진 않았어요. 패기 넘치는 20대에 실험적인 캐릭터를 맡아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지금은 서른이 넘고 나니까 겁도 많아지는데 앞으로는 그때 못 썼던 패기를 좀 써볼까 해요. 패기 있는 배우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①] 박해진 "'유정이와 똑같다'는 이삿짐 이모 칭찬, 아리송했어요"]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