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환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이태환은 두 번째 정극 출연작인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 연출 김진민)에서 최진혁, 백진희, 최민수와 함께 극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 활약했다. 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도 지상파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으려면 실력은 기본이요, 운은 필수인데 신예 이태환은 어떻게 두 번째 작품에서 지상파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찬 걸까.

“제가 오디션만 두 세 달에 거쳐 총 다섯 번을 봤어요.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자신감 있게 미팅에 임하는 태도와 에너지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작가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본 점도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작가님께 연애 경험이 없는 것까지 모두 말씀드렸는데 강수도 남중-남고-체대-군인 이런 환경에서 자란 친구여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캐릭터를 분석하려 하지 말고 이태환 그대로를 보여달라고요.”

계속된 미팅에 오디션에 합격한 줄도 몰랐다던 이태환은 김진민 감독의 “열심히 해보자”는 말을 듣고도 한동안 출연 확정 소식을 믿지 못했다. 캐스팅 진행 과정이 기억 안 날 정도로 그에게 ‘오만과 편견’행 승선은 ‘기적’같았다. 그는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전직 수사관 출신인 친구의 아버지에게 두 달 동안 자문을 구하며 캐릭터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법 공부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전직 수사관이셨어요. 친구를 통해 수사관의 의상부터 검사와 수사관이 서로 간에 하는 일을 다 물어보고 강수 캐릭터에 접목했어요. 실제로는 서울경찰청에서 민사재판을 보며 준비했고요. 캐릭터적으로는 강수가 매우 착한 아이이기 때문에 극이 끝날 때까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순박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강수의 기본 바탕을 중요시하며 연기했어요.”


극중 이태환은 새내기 수사관 강수 역을, 최진혁은 검사 구동치 역을 맡았다. 이태환은 검사와 수사관의 차이점에 대해 “제가 친구한테 듣기로는 검사는 시험을 보고 변호사-검사-판사의 단계를 밟고, 검사는 ‘피해자’를 위해 싸우는 사람, 변호사는 ‘피의자’를 위해 싸우는 사람, 수사관은 그 밑에서 검사와 함께 현장을 많이 나간대요”라고 설명하며 “검사를 보호하고 같이 다니는 게 수사관의 목적이기 때문에 캐주얼 의상과 운동화는 필수에요. 저도 강수를 연기할 때 (최)진혁이 형을 위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시너지만큼 ‘오만과 편견’이 애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건 장르 드라마로서의 ‘중심’을 잘 잡았고, 극중 절대 ‘권력의 상징’이자 ‘악의 축’인 박만근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았을 만큼 추리의 끈을 놓지 않아서였다. 배우들은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추리 게임은 추리 게임대로 펼치면서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과거와 수사를 진행하는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그때마다 배우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한 건 김진만 감독과 문희만 부장 역의 최민수였다.

“중 후반부에는 대본을 받을 때마다 배우들도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반전의 연속이었어요. 심지어 정찬 선배님은 본인이 박만근이었는데 ‘내가 박만근이었냐, 내가 범인이었냐’고 되물을 정도였어요.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선배님들의 호연 덕분이에요. 제게 ‘오만과 편견’은 연기를 깊게 배울 수 있는 계기였고요.”

웰메이드 드라마가 끝나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시즌제’를 요청한다. ‘오만과 편견’ 역시 시즌2 제작에 대한 열화가 높은 상황. ‘오편’폐인들과 같은 마음인 이태환은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 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만큼 배로 얻는 점이 있을 것 가다. 불러 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단 러브라인은 진희 누나와 진혁이 형이 이어졌으니까 저는 다른 분과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제일 바라는 건 아픔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찬이가 시즌2에서는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저한테 장난도 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픔이 많았던 강수도 시즌2에서는 수사관으로 살면서 정의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날 인터뷰에서 ‘선배들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꺼냈던 이태환은 칭찬에 박한 김진민 감독의 한마디에서 용기를 얻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스태프들에게 ‘강수 많이 늘었다’고 하셨대요. 제 앞에서는 칭찬을 안 하셨는데. 그래도 감독님께서 언젠가 한 번은 저와 진혁이 형에게 ‘너희들이 제일 잘하고 너희를 믿으니까 이제부터는 편하게 할 수 있는 걸 해봐. 내가 도와줄게’라고 하셨어요”라며 잊지 못할 한 순간의 퍼즐 조각을 내밀 듯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옛 말처럼 신인 배우의 연기를 보며 만족할 순 없다. 숙련된 연기자의 완벽한 연기를 보고 싶은 건 시청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작자라면 신인을 발굴하고 그들이 설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사실 드라마 계에는 몇 해전부터 ‘신인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겹치기 출연 논란과 20대 주연 배우들의 기근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잠재력을 지닌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는 제작자의 눈과 이들이 출연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혹자는 이태환의 캐스팅을 두고 운이 좋다 말할 수 있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보여준 건 8할, 그의 ‘끈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만과 편견’의 이태환처럼 신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성공한 좋은 예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 ['오만과편견' 이태환 '모태솔로? 이런 애교꾼!' 서프라이즈]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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