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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쉰 살의 어린왕자, 그게 쉽나요?"(인터뷰)
"예전엔 앨범을 발매해도 전혀 떨리지가 않았어요. 지금은 떨리죠. 공연의 신(神)요? 요즘엔 공연의 쉰(실제나이 50)이란 소릴 팬들에게 많이 듣죠. 이번 타이틀곡은 자신감이 생겨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봄날에 딱 어울리는 대중적인 곡이죠. 귀추가 주목되는 곡이라고요!"
이승환이 컴백했다. 10집 [Dreamizer] 이후 만 4년만이다. 지난 17일 그의 새 앨범 [FALL TO FLY 前]의 선공개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을 스타트로 본격적인 컴백활동에 시동을 건 데뷔 25년차 가수 이승환은 서울 신사동의 인터뷰 자리에서 "전(前)편 흥행 성적에 따라 예고했던 11집의 후(後)편이 결정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요즘 가요계의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직접 음원 순위도 살펴봤는데 금새 100위권으로 밀려나는 광경을 지켜본 저로써는 이번 11집이 너무 중요한 거에요." 어린왕자의 한숨 섞인 탄식이었다. 지난 공백기 동안 영화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는 그는 한 편은 본전 치기에 또 다른 한 편은 흥행 실패로 투자금도 아직 회수 못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맞아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 앞으로도 음악만 하는 게..."
그의 11집 앨범은 '이승환의 전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 녹음비만 4억 8천만원이라니 보통 가수들이 흉내낼 수 조차 힘든 블록버스터급 앨범이 곧 나온다는 것이다. "앨범을 내고 싶지가 않았어요. 10집 실패 후 2년간 잠수 아닌 잠수를 탔죠. 그것도 오래 못가 주체할 수 없는 창의력이 저 스스로를 괴롭혔어요. 벼랑 끝에 선 마음가짐으로 곡 녹음에 착수했죠. 어제 마스터링이 겨우 끝났어요. 총 6번 중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 작년 8월에 믿었던 엔지니어도 그만두고..그 후로 프로듀서와 저 둘이서 직접 앨범을 완성했어요. 그 과정을 담은 '희망'이란 메세지가 앨범의 주제로 완성되어 버렸습죠, 하하!"
그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싱글앨범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변 권유에도 불구하고 40여 곡을 담아내려고 했던 그의 음악적 자존심은 쉽게 꺾이지도 드러내지도 않았다. "제 이야기를 고작 한 두개 에피소드로 내 놓는게 너무 아까운 거에요. 이래저래 10곡은 완성했고, 남아 있는 14곡 중에서 선별해 [FALL TO FLY 前] 앨범이 완성될 겁니다. 실패는 용서가 안되겠지요?(웃음) 그래서 이번엔 예전에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장르 위주로 만들었어요. 후편은..록 적인 분위기라 작업도 러프하게..올해 나올 수 있겠죠?"
선공개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승환도 콜라보레이션을 마다 하지 않았다는 것. MC 메타와 손잡고 이 곡을 완성한 그는 "힙합 1세대와 이승환이 만나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도전을 했고, 또 예전처럼 가슴 아픈 사랑도 하지 못했고, 그래서 애절한 가사 한 마디 나오기가 힘들었던 상황이었기에 비트가 없는 플랫한 노래에 랩이 가미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됐다"고 속내를 털기도 했다. "이번엔 특유의 옹알이 창법도 자제했어요. 그 때문에 가사가 잘 들린다네요, 하하! 또, 동료가수 이소라씨가 왜 의자에 집착을 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tvN을 통해 방영된 <응답하라 1994>에 그의 히트곡이 수록되어 내심 기대도 많았다던 이승환은 "음원 판매로 중박을 기대하긴 이제 어려워요. 공연 또한 큰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이라고. 그의 처진 어깨를 감싸줄 든든한 지원군이 되 준 아이돌 스타도 이번 앨범에 등장한다. 바로 비스트의 용준형. "(웃으며) 닮은꼴로 섭외 했는데 저 보다 훨씬 키도 크고..무엇보다 옷을 좋아해서 금새 친해졌어요. 근데, 준형이가 늘 바쁘잖아요? 카톡 문자를 여러번 보냈는데 바로 답장이 안왔어요. 서운하네요(웃음)."
쉰 살의 어린왕자가 지금 데뷔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그는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십센치'나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아주 특출한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했다. "25주년? 잘 모르겠어요.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거 같아요. 신인가수가 자기 앨범을 최초로 발매한 거, 데뷔 당시 제 CD를 집어 던지는 피디도 봤고..여태 버틸 수 있었던 건 '정직'이 제 삶의 모토라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저 행운자잖아요. 7080 음악방송에도 나가지만, 인디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를 수 있다는 그 접점에 있는 이 자리가 너무 좋고 행복해요."
또, 2년 전 전설의 록그룹 '롤링스톤즈' 출신 가수 '믹 재거'(72)가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키니 바지를 입은 채 그래미상에 나온 모습을 보고 반했다던 이승환은 "비아그라를 거부한 믹재거만의 젊음을 동경해요.(웃음) 요즘 팬들과 짤방놀이에 재미 붙였어요. 너에게만 반응해 이벤트, 같이 해 보실래요?"라고 방긋 웃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본인 음악 인생에 대한 기대를 이어갔다.